-내 용-
안녕하세요. 저는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실의 허윤정 팀장 입니다. 오늘은 투병 생활 중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고전적으로 호스피스에 대해 떠올리면 편안히 죽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 가족 없는 사람을 돌봐 주는 곳, 마지막을 보내는 곳, 기독교를 믿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곳, 자원봉사자 혹은 무료 간병인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는 아마 호스피스가 가지고 있는 역사 때문일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처음 중세기에는 성지 순례 중에 쉬어가는 집, 19세기에는 임종자를 돌봐주는 집이라는 의미로 용어 자체가 쓰였습니다. 20세기에도 수녀회를 중심으로 임종자를 간호하는 개념으로 호스피스가 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금 10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호스피스는 마지막을 보내는, 임종을 하는 장소라는 개념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1967년에 시슬리 손더스라는 영국의 여의사가 그런 호스피스의 개념들을 조금 더 확대하고 호스피스가 봉사자나 수녀들, 어떤 종교집단에 있는 분들이 돌봐주는 개념보다는 완화의료의 개념이 포함되면서 바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등에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어떤 봉사자나 이런 임종 돌봄과 관련된 것이 아닌 조금 더 근대적 의료의 개념으로, 암이나 암 이외의 치명적인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가지고 계신 고통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돕기 위해서 노력하는 의료진들의 모임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근대적인 의미의 호스피스는 말기 진단을 받고 사망할 때 까지라고 본다면 요즘은 완화의료라는 개념으로 더 많이 접근을 하게 됩니다. 암을 진단 받고, 치료를 위해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수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들을 주치의 선생님과 진행하는데, 그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신체적인 문제 외에도 심리적 부분, 가족 관계, 종교의 유무와 관계없이 영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 고통들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런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들의 고통을 감소시켜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완화의료의 개념입니다.
WHO(국제보건기구)에서는 통증 및 증상완화,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와 치료를 통해 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가 호스피스 완화의료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한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 정한 표준으로, 고통을 줄이고 삶과 죽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팀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또 완치를 목표로 치료하고 있지만 그런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에 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팀을 접하게 되지만, 이 경우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질병이 점차 진행되거나 혹은 회복되고 있어도 가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어려움을 돕고 있으며, 또 사별을 맞으신 후 남으신 가족들 중 특별히 더 어려움을 겪으시는 가족 분들에 대한 상담이나 위문편지 발송 등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제공되는 전인적인 의료입니다.
한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몇 가지 형태가 있고, 그 중 세브란스병원에서 가능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돌봄이 있습니다. 우선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입원시 호스피스 완화의료 팀을 만나 볼 수 있으며, 입원하고 계신 병실로 호스피스팀이 찾아가게 됩니다. 가정형은 세브란스병원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분들을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이 직접 방문해서 돌봄을 제공하는 형태 입니다. 그리고 입원하지 않거나, 집이 멀어서 호스피스 의료완화 팀을 만날 수 없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외래에 오실 때마다 호스피스 팀을 만나 돌봄을 받으실 수 있으며, 정기적으로 전화 방문을 통해 증상관리나 병원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항들을 상담하며 담당하고 있습니다. 병동형은 정부에서 지원하여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형태로, 말기 암환자분들만 모아 병동을 만들고 함께 생활하실 수 있게 하여, 그 안에 호스피스팀이 방문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여러가지 형태로 호스피스 사업을 확장하고 여러 암 환자분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암정복 10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입니다. 2005년에 시작하여 2015년까지 정부는 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고, 비전은 종합적 암 관리를 통한 암 발생, 암 사망을 최소화 하는 것입니다. 사망률은 감소시키고, 생존율은 증가시키기 위해서 암 예방을 강화하고 전국민 암 조기 검진을 달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진료의 보장성 강화나 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특별히 암환자의 재활, 생존하신 분들의 재활 뿐 아니라 완화의료 지원의 강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호스피스 완화의료 형태 중에 병동형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관의 수를 보면, 2005년부터 암정복 사업이 시작된 후 처음에는 지원 병상수가 261병상 밖에 되지 않았으나, 점차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들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722병상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암환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정부지원의 병동형을 운영하는 곳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이고, 지금 40개 기관이 등록되어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는 지역암센터에서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을 이용해서 각자 거주하시는 곳에서 이런 병동들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강원도나 충청북도 지역에는 병동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기존의료와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기존 의료는 질병 중심으로 병원에서의 입원치료가 위주 인데 반해, 완화 의료는 환자분들이 가진 고유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통증이나 구역, 구토 등의 신체적인 증상뿐 아니라, 심리적/영적 부분에 대한 관리가 포함됩니다. 이는 환자의 가족이 있는 가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기존 의료는 의학적인 치료에 중점을 두고, 완화의료는 의학적인 것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영적 중재까지 포함합니다. 기존의료는 치료하는 것이 목표이고, 신체적인 것들을 잘 유지하는 보존적 치료가 목적이 되는 반면, 완화의료는 치료보다는 돌봄의 개념을 더 중시하고, 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증상들을 완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의료는 활력징후(체온, 혈압, 맥박 등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것들)가 중시되지만, 완화의료는 활력증상(인간이 전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웰빙, 통증, 수면, 기분 등)에 관심을 가지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금 더 발전된 완화의료의 개념이 미국이나 서구에서 퍼져가고 있고, 앞으로 한국에도 도입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주치의 선생님이 왠지 나를 포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호스피스팀을 만나거나 완화의료병동을 추천받게 되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앞으로 새롭게 접해야 하는 완화의료는 암이라는 치명적인 진단을 받은 때부터 도움이 제공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질병 치료와 동시에 환자분들이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고통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중재들을 지속하여, 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하시는 중에도 그 고통 경감을 위해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을 만난다고 해서 회복에 대한 기대와 기적에 대한 희망 등을 꺾는 것은 절대 아니며, 다만 환자분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투병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가족과 삶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고,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소망을 갖게 하는 것이 완화의료팀의 목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주치의 선생님이나 통증 클리닉 선생님이 통증 조절을 위해 약을 처방 하거나 교육을 해 주시지만, 완화의료팀은 그 외 궁금한 부분이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금 더 적극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위해 환자분이 가진 통증 및 증상 조절을 위한 상담을 합니다. 이런 상담에는 암으로 인한 통증 외에 주관적인 느낌인 통증을 유발하는 데 관여하는 다른 문제들, 가령 가족에 대한 염려, 질병에 대한 두려움들에 대한 부분도 해결하기 위한 내용도 같이 포함하게 됩니다.
투병 생활 중 생기는 질문, 염려 되는 부분들에 대해 해결하기 위해 환자 가족의 상담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와 가족 간에, 환자와 의료진 간에 의사소통 중 생기는 어려움을 중재하는 역할도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부분 뿐 아니라 암 진행과 관련된 많은 걱정, 심리적/영적 어려움들을 같이 경청하고 세밀하게 들으면서 환자, 가족 특히 주로 돌보는 배우자, 자녀들이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하며, 그리고 의료 서비스 연계와 정보 제공의 역할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 완치를 위해 치료를 하였지만 그런 치료들이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나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때, 약물치료 등을 쉬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실 때 많이 어렵고 힘드실텐데, 실제 이 때 호스피스팀으로 의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치료 방법을 전환할 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어떤 의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려해야겠지만, 병원에 다니면서도 알지 못하는 서비스들이 있기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 연결해 드리고, 알려드리고, 중재해 드리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호스피스팀을 만나는 것이 왠지 환자를 포기하는 느낌, 나 자신을 포기하는 느낌이 들고, 또 기적에 대한 희망들을 버리는 것 같은 생각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런 것이 아니며,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절망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에 대한 자연스러운 영적 욕구이므로,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면 그 자체가 바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그런 힘든 상황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에 있는 의료진들도 회복하고 조금 더 편안하게 오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제목에도 썼듯이, 최선의 효과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너무 많이 당황스럽고 어렵고 힘든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기적에 대한 기대와 소망들은 가지고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는 용기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잘 모르고 어려울 때 찾으실 수 있는 곳이 바로 호스피스 의료완화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부터는 나쁜 소식 전하기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나쁜 소식 전하기가 무슨 내용인지 애매하게 생각되실 수 있는데, 지금 소개 드리고자 하는 것은 SPIKES라고 의료진들이 환자분들에게 암을 진단받았거나 병이 진행, 재발되었거나 말기 상황이 되었을 때 그 내용을 어떻게 전하게 할지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중 하나 입니다. 의료진들은 환자나 가족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 효과적으로 소식을 전해야 할지 훈련받고 있지만, 환자와 가족간에 또는 가족 내에서 이런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하거나 의사소통 해야 할지 많이 염려하고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셔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에 대해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모델이지만 어떤 종류의 나쁜 소식이든 이런 단계를 거쳐서 한다면 나쁜 소식을 듣는 사람이 덜 충격을 받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잠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방법은 6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작 단계, 병세를 인식하는 단계, 얼마나 알고 싶어하는지 평가하는 단계, 실제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단계, 소식을 전달받은 사람에 대한 감정을 파악하는 단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단계로 이루어 집니다.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우선 무엇을 말할지 계획하셔야 합니다. 재발이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 해야 하는지, 병세가 더 나빠져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간을 배분해야 합니다. 가족과의 일과 생활 중 너무 많은 사람과 함께 있거나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후 단계들을 모두 진행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며, 그런 면에서 장소적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금 더 독립되고 안락한 공간이 확보된 상태에서 시작되어야 더 많은 이야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할 때 전하는 분이나 듣는 분이나 주변에 더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암이라는 진단에 대해 숨기는 경우는 많이 줄었으나, 단지 초기 암으로만 알렸다가 진행 시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면 그 충격이 더 크므로 현재 환자 본인이 질병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인지하고 있는지 꼭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이 이미 진행되어 인지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이런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인지 상태가 어느 정도 되는지 평가하여야 하며, 만약 이런 준비를 다 했지만 환자 본인이 이런 소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너무 되어 있지 않다면 이후 일정을 조정하여 순차적으로 소식을 전하실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알고 싶어하는 가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러분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처음 진단을 받았거나 항암치료가 끝났을 때, 가족과 환자분들 간에 회복되기 위해서 또 완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혹시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되었을 때 환자 자신이 그런 상황을 알고 싶은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의사선생님이 이야기 했을 때 자신만 알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미리 소식을 전하여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상황이 너무 힘들지 않을 때 미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미리 이야기를 꺼내어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알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도 때로는 계십니다. 그런 분들께는 굳이 어려운 부분들을 이야기 하실 필요가 없으시니 그때는 그 상황에 맞추어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래서 환자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고 인식하셔야 하며, 환자에게는 정보 듣는 것을 거절할 권리가 있으므로 미리 너무 힘들지 않을 때 어느 정도의 정보를 듣기 원하는지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고, 이 자리에 환자분들께서 계시다면 먼저 그런 이야기들을 가족들에게 해 주신다면 이후에 여러분들을 더 잘 도와주실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환자는 본인 대신에 다른 가족이 정보를 받도록 지명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면 배우자 혹은 자녀분께서 대신 이야기를 듣고 정말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환자분을 대신 하여 잘 결정해 나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면 준비하신 소식들을 전하시고 잠시 멈추셔야 합니다. 그런 침묵의 시간이 무서워서 다음 이야기들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면 환자들은 본인의 감정을 표현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하고 잠시 멈추어서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정보를 주실 때에는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뭉뚱그려 이야기 하면 정보에 대한 이해가 어렵고, 다시 물어보고 싶어도 두려운 마음에 정보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만약 혼자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의사선생님으로부터 병이 더 많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 그것을 집에 있는 가족에게 알리는 것도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이때에도 앞서 설명 드린 단계들을 거쳐 소식을 전하실 수 있습니다.
나쁜 소식을 들은 환자나 가족이 감정에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드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 때 다양한 감정적인 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령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날 수 있고, 사실에 대한 부인, 비난, 그 외 여러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감정적인 반응들에 대해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며, 나타내는 반응에 대해 부정하지 말고 공감하고 나쁜 소식을 들은 분의 편이 되어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그 시간 안에 어떤 감정이 되었든지 다 쏟아낼 수 있도록 도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나쁜 소식을 전한 후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설명해 주신 계획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선택할 수 있는 계획들은 어떤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다. 가족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의사선생님께서 더 이상 힘들어서 치료는 어렵다고 말씀하셨을 때 치료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에 대한 관리 및 치료는 계속 필요하니, 의사선생님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열심히 치료해 주실 것이라는 것을 가족들이 항상 환자와 함께 환자분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 정리하시면서 환자분에게 전해 주시면, 작지만 나쁜 소식을 들은 분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예후에 대한 의사소통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80% 이상의 환자분들이 자신이 힘든 상황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그런 부분에 대해 듣고 싶다는 표현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만나본 환자 가족들이 그런 예후에 대해 알리는 경우는 80%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적으로는 많이 알려주지 못하고 계시지만 환자들은 알고 싶어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앞서도 살펴 보았듯 미리 그런 예후를 알고 싶어하는 유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의 여생을 어디서 지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직접 계획하고 싶어하는 주도적인 분이 계시고, 어떤 분은 본인은 그런 것을 잘 모르고 가족들이 결정하는 데 맞춰서 하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그 당사자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계시고 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가족이나 주변 분들이 상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분들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물어볼 때, 당황하며 그냥 괜찮다거나 잘 치료될 것이라고 대답하며 그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답을 주기보다는 왜 그런 것을 질문하는 지에 대해 환자분의 마음을 읽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보다는 먼저 앞으로 상태가 어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환자의 밑마음을 먼저 읽어주어야 합니다. 특별히 해 주기 원하는 부분이 있는지, 이전에 다른 사람의 죽음과 관련하여 어떤 경험이 있는지 알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물어본 질문에 대해 바로 답을 할 필요는 없지만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 되짚어 하다 보면 실제적으로 몇 개월 사는데 대해 알고 싶어하는 마음보다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물어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경우에는 그런 두려움을 좀 더 다루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십시오. 너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환자분께 고통이 되는 경우가 많고, 구체적인 기간을 예견 한다 할지라도 항상 딱 맞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너무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대충 안심시켜서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으로 너무 희망을 많이 주어서도 안됩니다. 환자 본인이 느끼는 병의 악화 증상과 가족이 전한 희망 사이의 차이 때문에 가족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확실한 대답은 주지 않지만 무언가 상황이 좋지 않은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암시들은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예후에 대해 의사소통을 하실 때는 최선을 위한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혹시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한 계획, 준비들이 필요합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일들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 챙겨야 하는 것들, 어디에서 지내고 싶은지에 대한 계획들을 환자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가족이 같이 하면서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함께 할 것이라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암투병을 하면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서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를 표현하는 용기를 가지시면 좋겠고 가족들과 예후에 대해 마음을 열어 나누고 계획한다면 아주 힘든 시기를 조금 덜 힘들게 지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 및 가족분들이 힘든 시기에 세브란스병원의 의료진들이 항상 돕고 있고, 또 호스피스실도 언제든 찾으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Q. 호스피스 수가에 대해
A. 국내에는 아직 호스피스 수가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현재 호스피스팀에서 환자분들을 방문하더라도 수가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도 마찬가지로 입원 및 처치에 대한 수가만 발생하며, 호스피스 자체에 대한 수가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Q. 암환자에 대한 가족의 전달방법
(현재 환자분이 희망을 아직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가 어렵게 된 경우, 본인은 모르고 가족에게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들은 환자 가족의 질문)
A. 보통 암환자분들을 만나보면, 본인은 마음 안에는 병이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나, 가족에게는 본인이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고, 최선을 다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속 마음에는 병의 진행에 대한 어려움을 생각하고 계시는 경우가 있어서 앞서 말씀드렸던 6단계를 적용하셔서 실제 환자분이 본인의 병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파악하시고, 알고 계신 단계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만약 환자분이 초기 단계 정도로만 인지를 하고 계시다면, 지금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사용하는 항암제가 잘 맞지 않다 라는 정보를 먼저 주셔서 본인이 생각하고 힘들어 하시는 시간을 지난 후,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항암제가 없는 것 같다는 등의 조금 더 진행된 단계의 정보를 주시는 등 단계적으로 조금씩 받아들 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감정적으로 힘들 수 있는 경우에는 호스피스팀에 의뢰를 하셔서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나 가족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아니며, 각자의 상황과 생각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