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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가장 적합한 위암치료는어떤 것인가요? -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

우리나라 전체 암 가운데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암은 바로 위암입니다.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위암 발생국 입니다. 통계청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전체 암 발생자 가운데 25% 정도가 위암 발생자이고 여자에서는 약 18%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볼 때 10명의 암 환자 중 2명은 위암인 셈입니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5퍼센트에 이르지만, 말기에 이르도록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일이 흔하고, 치료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위암의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면역요법, 방사선치료 등이 있으나 수술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수술기법의 발전과 더불어 마취, 항생제, 고영양요법, 수술전후 처치법의 발달에 힘입어 위암 수술후의 합병증 및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하였고 생존률은 향상되고 있습니다. 근치적 절제에 의한 완치는 대부분의 경우 조기위암에서 기대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조기위암으로 진단되는 환자는 30% 내외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완치율을 높이고 수술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치료방법이 시도되고 있고 진행성 위암으로 진단된 경우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술을 포함한 다병합 치료에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간 유전체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많은 질환에서 개개인의 특성에 근거한 맞춤치료(tailored therapy)를 시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암의 수술도 환자 개개인의 특성(병의 진행정도, 환자의 전신상태 등)에 따른 맞춤 수술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강좌에서는 환자나 가족분들이 자신에게 어떤 치료가 적합할지 알 수 있도록 위암의 외과적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과 위암의 치료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수술 방법들과 적용 기준, 치료받을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위암 수술의 목적, 기본요건 및 수술 전 고려사항

암의 치료 원칙은 우리 몸에 발생한 모든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술을 비롯한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면역 치료, 유전자 치료 등의 모든 치료법들은 이러한 암 치료의 원칙을 수행하고자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은 수술적인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암제 치료를 하거나 골수 이식 같은 방법이 동원됩니다. 반면에 위암, 대장암 같은 고형암(固型癌; solid tumor)은 수술로서 제거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뇌의 깊숙한 곳에 발생한 뇌종양이나 목 속에 위치한 비인후암은 같은 고형암이지만 수술로 제거를 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투여가 우선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암은 발생 부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인 단 한 개의 암세포도 남기지 않겠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위암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약물이 아닌 수술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점입니다. 즉 수술이라는 방법도 100%의 완치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물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위암에 있어서 완치율은 1기에서 4기까지 모든 병기를 통틀어 60%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4기보다는 1기의 경우에 더 높은 확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4기에서도 10% 정도의 환자에서 5년 이상의 생존율을 보일 정도로 날로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위암 수술의 기본 요건은 수술이 안전하고 근치적이어야 하며 수술 후 신체적 기능을 보존하고 유지하여 삶의 질을 유지 혹은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근치적 목적에 치중하여 수술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다 보면 수술 후 합병증이나 신체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안전성에 치우치다 보면 근치도가 떨어져서 재발률을 높이고 생존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환자의 남은 수명이 수술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생존기간보다 짧거나 심각한 동반 질환을 갖고 있어 수술 후 합병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비수술적인 치료를 하거나 수술범위를 축소해야 합니다. 수술 전에 종양의 위치, 육안형 및 조직학적 유형, 원격전이 여부 등을 확인하여 근치적 절제 여부와 위 절제 범위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합니다.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수 있으며 조기암의 경우에는 불필요한 확대절제를 피하고 기능을 최대한으로 유지하는 술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외과의사는 환자의 전신 상태, 위암의 진행정도, 자신의 경험, 지식, 수술 술기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위암의 수술적 치료

위암 수술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수술 후 사망률이 40~60%에 이를 정도로 매우 위험한 수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의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오늘날 위암 수술은 합병증 10~20%, 사망률 1~2%대에 이를 만큼 안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위암의 수술은 다른 위궤양이나 위출혈, 위천공 등과 같은 양성질환(良性疾患)으로 위를 절제할 때와는 달리 병이 있는 곳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여유있게 정상조직을 함께 절제해야 함은 물론이고 림프절 및 림프관을 같이 제거해야 한다는 “암 수술의 원칙”이 있습니다. 이러한 “암 수술의 원칙”에 입각한 수술을 근치적(近治的) 절제라고 하며, 근치적 절제의 개념은 20세기 중반 암의 생리적 규명이 이뤄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위암의 발생률이 높았던 일본은 일찍 서구화된 의료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1950년대에 일본 암 연구회 병원의 가지타니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림프절 곽청술의 수술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1962년에는 일본위암연구회에 의해 림프절 곽청의 범위를 표준화하여 수술이 이뤄지도록 하는 표준 술식이 채택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의 의학적 교류가 이뤄지면서 1970년대부터 일부 병원에서 위암의 표준 술식에 따른 림프절 곽청술이 시작되었으며, 최근에는 대한위암학회를 중심으로 위암 수술의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20세기 초반의 근치적 위 절제 수술의 핵심은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몸 안에 있는 암세포를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하는데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 때는 암의 위치와는 상관이 없이 위를 모두 절제하는 수술이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림프절도 대동맥 주변까지 모두 절제하는 굉장히 광범위한 림프절 곽청술이 시행되거나 위 주변에 위치한 췌장, 비장, 소장, 대장의 일부까지 여러 장기를 한꺼번에 들어내는 광범위한 확대지향적 수술이 시행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확대수술을 통해 위암 환자들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외과의사의 희망이었을 뿐 확대수술로 인한 합병증이나 사망률이 높았으며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기대되었던 생존율의 향상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위암에 관한 많은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연구 자료에 근거하여 위암의 치료가 점차 맞춤치료(tailored therapy)의 경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초기의 위암은 더욱 축소 지향으로 수술이 행해지며, 진행성 위암은 그에 맞추어 광범위한 확대수술과 강력한 항암제 치료가 병행되는 방식입니다. 초기 위암의 경우에 수술 없이 위내시경만으로 절제를 시도하기도 하고, 수술을 하더라도 절개를 적게 하거나 복강경을 이용하여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카메라와 로봇 팔을 이용한 절제수술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맞춤치료의 경향이 뚜렷해지는 이유는 위암 수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수술의 근치도(近治度; curability)를 손상시키지 않고 수술 후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극대화”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위암의 치료는 위암의 진행정도에 따라서 조기암에서는 수술 범위를 줄이고 기능을 유지하려는 축소수술이 시도되고 진행암에서는 근치도를 높이기 위해 수술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전체 위암 가운데 조기위암이 차지하는 비율을 대략 50%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90년대 중반까지도 30% 전후에 머물렀으나 조기 검진이 유행하면서 최근에는 40%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기위암의 빈도가 증가하고 5년 생존율도 90%를 상회하면서 위암의 전통적인 치료 원칙인 근치적 위절제(아전절제 혹은 전절제와 함께 림프절 곽청술을 포함) 수술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먼저 내과 내시경 의사들에 의한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을 통해 조기위암을 개복 수술 없이 제거해 보려는 노력이 있으며, 수술은 하더라도 어떻게든 수술의 범위를 줄이거나 길게 째야 하는 개복방식을 피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림프절 곽청 범위의 제한 혹은 복강경을 이용한 위절제 수술 등이 제한 수술법으로 소개되고 있고 유문보존 위절제술, 미주신경보존 위절제술, 근위부 위절제술 등의 기능보존을 위한 저 침습 수술(minimal invasive surgery) 또한 활발히 임상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이 도입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조기위암이라는 것이 확인이 되기 위해서는 수술을 통해 절제된 위를 가지고 현미경적 검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수술 전 추정만으로 제한 수술을 시도한다는 것은 조기위암이 아닌 경우를 제한 수술로 치료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술이나 어떤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단법의 획기적 개발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다지 획기적인 진단 도구의 개발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내시경 초음파 등의 수단이 가장 정밀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내시경 초음파의 경우 위벽 침윤도는 80% 이상 정확하게 진단하지만 림프절 전이 여부에 대한 예측은 70% 이하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최근 수술 중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감시 림프절(sentinel node)의 암세포 전이여부를 90% 이상에서 진단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이 방법 역시 적용하는데 제한이 많습니다. 조기위암에서도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가 있을 수 있고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재발률이 높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조기위암 환자에게 저 침습 수술을 시행하는 데는 무리가 따릅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조기위암의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 혹은 복강경을 이용한 쐐기형 전층 절제술(wedge resection)의 적응증은 점막암으로써 암의 장경이 융기형은 2.0～2.5 cm, 함몰형은 1.0～1.5 cm 미만의 경우, 혹은 분화암은 2.0 cm 이하, 미분화암은 1.0 cm 이하인 경우입니다. 더불어 식도-위 경계부나 유문륜에 너무 가까운 경우는 기술적으로 절제가 힘듭니다. 이렇게 절제된 점막은 병리 의사에게 보내져 상세한 족직 검사를 해서 최종적인 판정을 받게 됩니다. 예상대로 암이 점막 내에 국한되어 있으면 EMR로 치료가 끝나지만, 암이 점막하층까지 침윤해 있거나 떼어낸 점막의 가장자리까지 암세포가 있는 경우, 림프관 또는 혈관 내에서 암세포가 발견될 경우에는 불완전 절제로 보고 재수술, 곧 D2 위절제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위절제술의 적응증은 점막 및 점막하층까지만 진행되어 있으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이고 최근 복강경기구의 발전과 수술 경험이 쌓여 가면서 점차 적응증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수술의 장점은 복부에 큰 절개창이 생기지 않으므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입원 기간이 단축되며 복부에 상처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외과 의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를 직접 열고 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수술 시야나 수술 조작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연습과 실전 경험이 필요한 수술입니다. 또한 아직까지는 장기적인 성적에 대한 결과가 없고 점막하층을 침범한 조기위암의 경우 림프절 전이율이 20% 내외로 보고되고 있어 개복수술 및 제2군 림프절까지 절제하는 확대 림프절 곽청술이 표준 술식이 되어야 합니다.

원격 전이가 없는 진행성 위암을 수술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위절제범위, 림프절 곽청의 범위, 주위 장기의 합병절제, 위절제 후의 재건방법 등입니다. 수술 범위와 재건 방법은 수술 후 합병증의 발생 여부 및 생존율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존률의 향상과 삶의 질 향상(혹은 합병증의 감소)이라는 두 가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술적 치료방법이 시도될 수 있습니다.
수술 전 검사 결과와 수술 중 육안으로 확인된 암의 위치 및 진행 정도에 따라 위의 어떤 부위를 얼마만큼 절제하는지 정합니다. 암이 위의 하부나 중부에 위치하면 아래쪽 위의 2/3 정도를 절제하는 위아전절제술(胃亞全切除術)을 시행합니다. 반대로 암이 상부에 위치하거나 중상부에 걸쳐 있으면 위 전체를 절제하는 위전절제술(胃全切除術)을 일반적으로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암이 위 위상부에만국한되어 있을 경우 위쪽 2/3가량을 절제하고 아래쪽 1/3 정도의위를 남기는 근위부 위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암의 실제 크기보다 많이 제거하는데 그 까닭은 암의 여러 성장 형태 중 위벽을 따라 주위로 퍼져나가는 ‘벽내 진전’ 때문입니다. 위를 많이 남기기 위해 너무 암 가까이에서 위를 절제하다 보면 위나 식도에서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암의 경계부로 부터 식도 쪽으로는 5cm 정도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며 십이지장 쪽으로는 유문륜으로부터 약 2cm 정도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합니다. 진행암의 경우 보통 크기가 5cm 정도이고 소만부에 많이 발생하므로 여기서 아래 위쪽으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한다면 12cm 정도 길이의 위 절제가 이루어지고 이는 2/3 이상 절제되는 셈입니다.
조기 위암은 암의 크기가 작고 벽 내 진전이 초기 단계이므로 2cm의 절제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육안으로 충분한 절제연을 확보 하였다고 하더라도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반드시 양측 절단면에 암세포가 없음을 냉동절편 생체검사로 확인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조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적 수술이나 축소수술에 대한 치료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영역림프절을 절제하는 목적은 첫째, 림프절 전이 유무를 병리조직학적으로 진단함으로써 병기를 정확하게 알고 둘째, 암이 전이된 림프절을 제거하는데 있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위암 치료성적이 서구에 비해 좋은 이유들 중 중요한 요인은 높은 조기암의 빈도와 광범위한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한다는 점과 외과적 술기의 우수성입니다. 서구의 연구자들은 확대 림프절 곽청술을 하는 경우 제거된 림프절의 수가 많아지므로 전이 림프절의 발견 가능성이 높아져 병기가 높아지는 병기 이동현상 때문에 생존율이 향상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서구의 전향적 연구결과는 확대 림프절 곽청술이 제한된 림프절 곽청술에 비해 생존율의 향상 없이 수술 후 합병증과 사망률만 높인다고 보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표준화된 수술 술식으로 많은 환자들을 수술하는 동양에 비해 서양의 전향적 연구는 일년에 의사 한 명이 평균 1～2명의 환자에서 시행한 위절제 예들을 모아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병기가 2기나 3기인 경우에는 확대 림프절 곽청술이 생존율을 향상시킨다고 믿고 있습니다. 림프절 절제범위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있겠지만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이 확대 림프절 곽청술이 보편화되어 있고 수술 후 합병증이 적은 경우에는 제1군과 제2군 림프절을 절제하는 확대 림프절 곽청술이 표준 술식이 되어야 합니다.

합병절제란 암이 위 주위의 장기를 침범하거나 침범이 의심되면 그 장기를 함께 절제하는 것을말합니다. 이는 수술이 커지는 만큼 수술 후 합병증이나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나이, 영양 상태, 수술 위험도, 수술 후 기대되는 삶의 질이나 생존 효과는 물론 외과 의사의 수술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충분히 고려한 뒤에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합병절제 장기 중 가장 흔한 것이 비장입니다. 비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비장동맥은 췌장 위쪽을 따라 기다랗게 주행하며 그 주위에는 많은 림프절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 림프절은 암이 위 상부나 중부에 위치할 경우 암세포가 잘 전이되는 곳입니다. 이 림프절을 철저히 청소하기 위해 위암이 비장을 직접 침범하지 않더라도 위를 모두 절제하면서 비장을 함께 절제할 수 있습니다. 비장은 수명이 다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걸러냄으로써 혈액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장기로서, 유아기에는 면역 기능면에서도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성인의 경우에도 비장을 제거한 후에 폐렴구균과 같은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수가 있으나 그 빈도가 미미하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비장과 암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비장이 암에 대한 면역을 오히려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합병절제를 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 비장을 절제해도 생존율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비장의 합병절제가 생존율이나 합병증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네덜란드의 임상연구를 포함한 많은 연구들에서 비장을 보존한 경우 합병증이 적고 비장절제군에 비해 생존률이 비슷하거나 좋다고 보고하고 있어 림프절 곽청을 위해 비장을 절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원발암의 위치가 위상부에 존재하더라도 비장동맥 주위나 비문부에서 림프절의 종괴가 촉지되거나 비장 혹은 위비장인대에 직접적인 암 침윤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장을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위암의 치료성적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었지만 아직까지 4기 위암의 예후는 매우 불량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전체 위암 중 원격전이를 동반한 경우가 10%를 상회하며 이들 중 대부분이 1년 이내에 사망합니다. 원격전이 혹은 재발이 잘 일어나는 장기는 복막, 간, 폐, 골 등이며 이중 복강 내 장기로의 전이가 외과의사의 관심사입니다. 수술 전 검사에서 복강내 장기에 전이가 발견되면 아예 수술을 하지 않거나 수술 중 전이가 발견되는 경우 단순히 폐복하는 수가 많으며 원발암으로부터 대량의 출혈이 있거나 폐쇄, 천공 등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만 고식적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성 위암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복강 내 장기에 전이가 동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법의 개발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복막의 전이는 위암의 원격 전이 중 가장 흔한 양상일 뿐 아니라 진행성 위암의 근치적 절제 후 재발양상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복막 전이의 치료는 복막에 전이가 있는 경우뿐 아니라 근치적 수술을 시행한 환자에서 복막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복막에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전이된 암을 절제한다고 하더라도 수술은 국소적인 치료이므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복강 내 잔존암이나 유리 암세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게 됩니다. 복막에 전이가 있어 근치적인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라도 위절제 및 영역 림프절 곽청술과 복강 내에 존재하는 육안적 전이병소를 가능한 한 모두 절제하는 적극적인 수술(cytoreductive surgery)을 시행한 후 조기에 복강내로 항암화학요법을 하여 생존기간을 늘리고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복강내 항암화학요법에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원발암은 물론 전이암 병소를 가능한 한 철저하게 절제함으로써 복강내 잔류암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강내 치료에 효과적인 항암제와 항암요법의 시기, 횟수 등에 대한 축적된 결과들이 나와야 하겠지만 원발암 및 전이병소를 절제한 후 시행하는 복강내 항암요법은 복막의 전이가 있는 위암의 치료에 있어 좋은 치료법으로 사료되며 향후 전향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원격 전이가 있어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원발암의 절제자체가 불가능하더라도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위 내용물이 십이지장으로 통과할 수 없거나, 암종에서 출혈이 있거나 위암병소가 천공된 경우에는 고식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고식적 수술은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유지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후의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경구섭취를 가능하게 하여 생명을 연장시켜야 하고 암을 진전시킬 수 있는 조작을 하지 않는 것 등의 원칙을 가지고 시행해야 합니다. 고식적인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암 절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적극적인 위절제와 더불어 림프절 곽청술 및 잔존암을 최소화함으로써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험

수술 전후의 처치나 수술 술기와 관련하여 콧줄(비위관)을 삽입하지 않습니다. 위, 십이지장 및 근위부 공장의 팽만으로 인해 수술시야가 나쁜 경우에는 수술 중 19 gauze의 바늘을 이용하여 위장관 내를 감압(needle decompression method)한 후 수술을 시행합니다.
수술 시 전기소작기를 사용하여 조직박리 등 모든 수술 조작을 함으로써 수술 중에 출혈이나 림프액 누출을 최소화하여 깨끗한 수술 시야를 유지합니다. 광범위한 전기소작기의 사용은 마취 및 수술시간은 물론 환자의 수술 후 회복기간과 입원기간을 크게 단축시킵니다. 또한 미세혈관이나 림프관내에 존재하는 암세포들이 복강 내로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여 복강 내 재발의 가능성을 줄이고 수혈의 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장기 생존률의 향상을 도모합니다. 수술 후 배액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배액관의 사용으로 인한 창상 및 복강내 감염을 줄이고 환자의 불편감을 없애며 배출되는 체액의 소모도 줄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수술 전 후의 새로운 처치나 수술 술기는 후향적 혹은 전향적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고 장단기적인 효과가 있음이 확인된 후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개복 수술시 가능한 한 작은 피부 절개창을 이용하여(＜15 cm) 수술 후 통증과 수술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소시킴으로써 빠른 회복과 장 유착 등의 술 후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 기술한 수술 원칙에 따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1987년부터 1996년까지 만 10년간 광범위한 림프절 곽청술과 함께 위절제를 시행한 위암환자 3,662예의 수술 후 사망률은 0.9%, 합병증은 15%로 나타났습니다. 전체환자의 5년 생존율은 64.8%였으며 병기별로 분석해 보면 I기 92.4%, II기 74.5%, III기 50.8%, IV기 14.7%였습니다.
또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2003년 5월 이후 현재까지 850예 이상의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였고 합병증은 10.3%, 사망률은 1.2%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2005년 7월에는 최첨단 로봇 시스템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위절제술을 시행한 이래 현재까지 430예 이상을 시행하여 세계최고수준의 로봇 및 복강경 수술 경험을 축적하였습니다. 기존의 복강경에 비해 수술비가 비싼 단점이 있으나 3차원 영상을 통한 수술 시야의 확보와 더불어 기구의 자유도가 넓어져 수술 전 적절한 환자군 선별을 통해 향후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치료 성적은 위암 전문 외과의사의 풍부한 수술 경험과 고난도 예를 해결할 수 있는 수술 능력에 바탕을 둔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영역 림프절 곽청술과 국소 진행성 위암에서의 합병절제술, 전이암에서의 적극적인 수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행성 위암 환자의 경우 수술 전후에 항암 치료 전문의사와 긴밀한 협조 하에 환자의 전신상태와 암의 진행정도에 따라 적절한 항암요법을 시행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위암 치료

최근 위암 치료의 경향을 ‘맞춤 치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상태 병의 진행정도, 의사의 치료 능력 등을 모두 고려하여 각 개인에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아주 초기에 발견된 위암은 내시경이나 복강경, 로봇수술도 고려할 수 있고, 위 절제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림프절 절제나 기능 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치료 방침을 정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진행된 위암은 충분한 림프절 절제를 포함한 근치적 위절제와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을 시행하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환자에게는 수술 후 부작용이 적은 경구용 항암제를 투여합니다. 다른 장기에 전이가 동반된 진행성 위암은 수술보다는 항암제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고려합니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위암 수술에 있어 단 하나 변치 않는 원칙은 ‘수술의 치료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고 수술 후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가지 면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으나 최선의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외과 의사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위암치료성적은 암의 생물학적인 특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위암치료성적이 병원에 따라 차이가 나는 이유들 중의 하나로 수술적 치료의 질(Quality of Surgery)을 들고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에는 조기 진단, 정확한 병리학적 진단, 잔존암을 남기지 않는 근치적 절제술의 시행이 있습니다. 또한 암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에 의한 집중적 치료가 중요하며, 얼마나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는지가 치료성적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선의 위암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에 의해 조기에 정확한 위암 진단 후, 수술과 수술 후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위암을 치료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그 시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정확한 적응증을 준수하는 것과 그 의사의 풍부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의료진의 경험 및 치료 능력과 환자의 상태 병의 진행 정도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법 결정이 바로 나에게 맞는 가장 적합한 위암 치료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